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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슬부슬 비오는 날-오늘의 톡톡 011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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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아버지는 납골당에 계십니다.

납골당 제일 아래칸이 우리 아버지 자리입니다.

 

"누나. 처음에는 아버지 자리가 제일 아래여서 불만이었는데.

 이젠 그게 더 좋다.

 주저앉아서 그냥 푹 주저앉아서 이야기하니까 더 좋네."

 

며칠 전부터 부쩍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내 하나뿐인 남동생은 지금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.

우리들은 아주 힘든 몇 년을 보냈고 그 결과 모두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.

상처는 치유되기 마련이지만 그 기간이 각자 달라 

6남매는 모두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.

 

"그러니까 말이야. 아버지가 매일 누워 계셨으니까 진짜 아버지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더라.

 금방 그 안에서 나올 것 같지."

 

모든 사람들의 인생에는 겨울이 찾아옵니다.

짧고 강렬할수도 있고 길고 긴 겨울일 수도 있고. 

단 한번의 겨울일 수도 있지만 여러번의 겨울일 수도 있습니다.

겨울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.

 

"몸은 좀 어떤데?"

"오늘은 영 안 좋네. 그래서 약을 먹고 나왔어. 기분도 안 좋고."

"약을 매일 먹어야 하지 않나?"

"그렇긴 한데. 이번에는 아직 병원도 안 갔고. 처방도 안 받아서. 집에 있는거 먹었다."

 

가혹한 말과 매서운 눈초리로 동생을 대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.

저렇게 무너져 내릴까 겁이 나고 작은 바람에도 또 흔들리까 두렵습니다.

그럴때마다 나는 아버지에게 툭 던지듯 말합니다.

아버지. 좀 도와줘요. 

그리곤 살아계실 때처럼 떼를 씁니다.

아버지 아들. 좀 도와달라구요.

 

"내가 미안타. 그런데 누구의 인생이든 바닥을 칠 때가 있단다. 그게 변화의 시작이란다.

나는 서너번은 되는 것 같다. 그럴 때마다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들더라.

얼마나 억울하고 서럽던 시간들이 지나가니까 내한테는 내만 남더라.

그래서 나는 내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겠더라.

아무리 내가 내동댕이 쳐져도 내가 나를 안 버리면 나는 또 버티고 살아가더라.

나는 니가, 내 동생이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았으면 좋겠다.

모든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기도 하고, 

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도 하잖아.

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았을까.

이제 와서 발뺌하는 것 같아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지만.

우리 잘 살자. "

 

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.

비 오는 날은 뭘 해도 외롭기도 하고 

뭘 하든 감성적이 되기도 합니다.

그 말이 그말인가? 

 

사랑합니다.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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